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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하는 삶/사제글

연중 제5주일 주보 박요환 신부님의 글

by 수영루치아 2006. 2. 5.

예수님과 손을 잡을 때

 

시몬의 장모가 열병을 앓았다. 무엇때문인지 몰라도 엄청나게 열받을 일이 있었나보다. 급기야는 드러눕게 되었는데, 그 일을 생각해보면 그럴만도 하다. 열심히 가족을 위해 일하던 자기 사위가 어느날 갑작스럽게 나타난 예수라는 사람 때문에 자기 딸도 버리고, 가족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말로는 예수라는 사람이 회개하라고 말하면서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하고, 방랑자처럼 떠돌아 다니며 술과 음식을 절제하지 못한다는 소문도 들고, 회당에서 회당에 모인 교인들을 난처하게 만들거나, 안식일에 사람을 고친다고 치유행위까지 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보니 자기 사위가 그런 미친(?) 작자를 추종하며 일등공신으로 따라다닌다는 것이 얼마나 열받을 일이 아니겠는가? 시몬의 장모는 자기 사위가 다시 돌아와 어부 일을 하는 것이 자기가 낫는 지름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몬도 떠돌아다니다가 동네 사람들에게 자기 장모의 이야기를 들고 예수님께 말씀드렸는지도 모르겠다. 장모를 한번 만나달라고 말이다. 자기 혼자 장모를 만났다가는 다시는 예수님을 따라다니기는커녕 다리몽둥이가 남아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는 심약한 자이기도 하니깐 말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읽다보면 시몬은 자신의 주장을 쉽게 바꾸기도 하고, 감정에 치우쳐서 말을 하기도 하고, 사도 바오로에게 혼도 나기도 하는 심약한 사람이고 줏대없는 모습을 지닌 사람인 듯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예수님이 시몬의 장모가 사는 집으로 가신다. 시몬의 장모는 예수의 꼴도 보기 싫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어나 보지도 않고 누워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이 다가가셔서 장모의 손을 잡으신다. 그리고 시몬의 장모는 일어나 시중을 든다. 놀라운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 복음서를 읽고 묵상하다보면 시몬의 장모가 보았던 예수님이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하다. 나도 보고 싶다. 그리고 그분의 손을 잡고 싶다. 그래서 나도 그분의 시중을 들고 싶다. 무엇을 보았을까? 무엇보다도 그분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그분과 화해를 했다는 것이고, 그분과 같은 길을 걷겠다는 협상타결이다. 무엇이 시몬의 장모의 마음을 변화시켰을까? 너무나 궁금하다. 그러나 느낌이 온다. 그분을 본 사람들은, 그분을 만난 사람들은, 그분에 대한 열망이 마음 속에 있는 사람들은 그분을 만나면 변화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그분과 손을 잡고 있는가? 그분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다른 일로 열병이 나 있는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세상일에 열병이 나 있다면 그분이 당신을 찾아올 때 그분께 손을 내밀어보자. 그러면 그분이 잡아 주실 것이다.

박요환 신부 / 만수3동 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