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는 가비야운 것이 미美다."
오늘 소중한 이 시간을 시작하면서 김춘수 시인의 "나비"라는 시로 문을 열어볼까 합니다.
『나비는 가비야운 것이 미美다. 나비가 앉으면 순간에 어떤 우울한 꽃도 환해지고 다채로와진다. 변화를 일으킨다. 나비는 복음의 천사다. 일곱 번 그을어도 그을리지 않는 순금의 날개를 가졌다. 나비는 가장 가비야운 꽃잎보다도 가비야우면서 영원한 침묵의 그 공간을 한가로이 날아 간다. 나비는 신선하다.』
지난 여름에 우연히 알게 된 후부터 오늘까지 마음속에 담아두려고 하는 시입니다. 보다 강하고, 보다 화려하고, 보다 분주하고, 보다 눈에 띄어야 스타가 되는 세상이지만 그런 가운데에서 보다 부드럽고, 보다 소박하고, 보다 조용하고, 보다 겸손한 이가 만들어가는 세상이 아직도 살아있음을 께닫게 해주는 것 같기에 이 시를 좋아합니다.
꽃은 아름답습니다. 너무나 아름답기에 하느님도 움직이기 힘들어하는 인간의 마음도 흔들어놓습니다. 마치 청혼을 하는 어떤 남자가 꽃 앞에서 일생을 건 도박을 하기도 하고, 어떤 여인은 그 끛으로 인해 그 도박에 인생을 거는 것처럼 꽃은 참 대단한 힘을 지닌 존재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는 집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끛의 화려함 속에는 보이지 않는 힘, 수많은 이웃들의 수고와 땀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의 탄생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신성하리만큼 조심스런 손길이 필요한지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꽃의 아름다움은 존재하지만 나비의 수고로움은 없습니다. 부자의 화려한 옷은 있지만 그 옷을 꿰매던 투박한 여인의 굳은 손의 아픔은 없습니다. 마치 한 예술가의 고뇌와 시련은 뒤로한 채 에술가의 작품을 경매하는 부자들의 화려한 모임과 같은 세상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우리가 숨쉬고 살아가는 이 세사은 승자가 모든 것을 소유하고, 스타만이 화려한 조명을 받는 장소로 변한 것입니다.
오늘 1독서는 우리에게 인간의 존재이유에 대해 말해줍니다. 그것은 바로 "알맞은 협력자"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하느님께서 정성껏 창조하신 이 세상을 아름답게 "일구고 돌보는 일"(창세 2, 15)과 그 일의 "협력자"로서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 인간은 '꽃'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되고 "하느님 나라의 꽃"을 피우기 위해 살아가는 "나비"가 되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신랑이신 하느님의 나라를 맞이하는 신부인 교회 구성원 모두-성직자, 수도자, 신자-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하늘나라의 오케스트라 입니다. 그 어느 누구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자신만이 높고, 훌륭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복음의 천사'가 되기 위하여 꽃밭에 물을 주는 마음으로 세상에 희망과 사랑을 꽃 피우기 위한, 각자의 자리에서 맡겨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협력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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