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위해서는.......
고해소에서 신자들의 고해를 듣다보면 많은 분들이 상처로 인한 미움과 분노를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이 사랑과 용서인지라 오늘 복음처럼 일흔일곱 번 용서하려고 해도
맘처럼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용서는 은총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어렵고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용서를 위해서는 미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누가 주먹을 쥐고 내 팔을 때립니다.
그럼 아프겠죠?
먼저, 때리는 행위는 잘못입니다.
의도가 있다면 더 큰 잘못이고, 의도가 없더라도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었기에 잘못입니다.
이처럼 누군가의 잘못이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다음으로 내가 느끼는 아픔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누가 때리면 몸에는 멍이 들고 아픕니다.
이처럼 사람 관계에서 생긴 상처는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아프니까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마음의 상처로 아픔이 느끼질 때마다 순간순간 화가 나고 미움이 생깁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미움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입니다.
마음 속에서 미움이 올라오면 나도 모르게 거기에 빠져듭니다.
좋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움에 물을 주고 비료를 주고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미움은 더욱 커지고 자라서 우리를 사로잡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서 움직이는 감정이 미움이라고 깨닫는 순간 멈추어야 합니다.
‘아, 이것은 미움이구나!’ 깨닫는다면 이제 그만 미움을 멈추고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움은 우리를 사로잡고 가지를 치고 뿌리를 내립니다.
장롱 밑을 청소하다 보면 먼지 덩어리가 있습니다.
먼지덩어리는 처음부터 크진 않았습니다.
먼지는 머리카락 같은 것을 중심으로 차츰 뭉쳐 덩어리가 됩니다.
그처럼 미움이 커질 계기를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더불어서 몸에 멍이 들어도 빠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듯이
마음의 상처도 나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미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도 즉 맡김이 필요합니다.
내가 쥐고 있으면 그게 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맡기고 나면 그게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런 과정이 미움을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에 좋고 즐겁고 행복한 것으로 가득 채워도 부족한데 미움의 씨앗을 심고 키워야 하겠습니까?
우리의 마음을 장롱 밑처럼 먼지덩어리로 가득 채우고 싶으십니까?
미운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미움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서 남북통일 기원 미사를 드립니다.
우리나라가 분단의 세월을 보낸 지도 7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시간 속에는 분노와 미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넌 이게 잘못이야!”라는 손가락질 속에 화해는 없습니다.
잘못과 차이를 따지는 한 화해와 용서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남북관계는 이러합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임이 필요합니다.
함께 할 마음이 필요합니다.
오늘이 바로 내 안에 미움과 분노를 발견하고 멈추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진정한 화해와 용서의 첫 걸음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마태 18, 22)
최인비 유스티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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