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의 의로움 (마태 1장 19절)
역사상 가장 애꿎은 부르심을 받은 인물이 바로 요셉이 아닐까.
동네 어여쁜 처녀와 약혼한 요셉은 들뜬 나날을 보내던 중, 약혼녀의 임신 건으로 졸지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되었다.
이로써 요셉은 고달픈 인생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사실, 성경에서 성모 마리아가 부르심 받은 것은, 그래도 주인공이니 괜찮다.
이에 비할 때, 음지에서 보호자 역할만 하느라 애쓴 요셉! 그랬기에 요셉은 성인 중에서 가장 큰 성인이 되었다.
기도 박사 대 데레사 성녀는 요셉의 전구가 큰 효력을 지녔다고 증언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요셉이 오늘 복음 말씀에서 일찌감치 ‘의로운 사람’이라고 선언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의로움이 무엇으로 드러났는지가 퍽 흥미롭다.
요셉은 마리아가 임신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궁굴려 생각했다.
“이것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나는 마리아와 손도 잡아본 적이 없는데, 마리아가 아이를 가졌다니.
이거 동네에서 무슨 일이 터진 것임에 틀림없어.” 그때 요셉의 심경은 오늘 복음 말씀 19절에 잘 드러나 있다.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결심하였다”(마태 1, 19 참조).
사실 그가 구약의 의미로 ‘의로운 사람’이었다면 고소해야 맞다.
“나와 약혼했는데, 지금 내 핏줄이 아닌 누군가를 잉태했다? 당장 고소해야지.
율법에 의하여 돌에 맞아 죽어 마땅하지 않은가.”
그러나 요셉은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작정한다.
여기서 ‘남모르게’란 ‘임신한 사실’을 굳이 들춰내지 않겠다는 의중이다.
요셉은 “이제 내가 파혼을 해 주면,
아기 아빠와 마리아가 알아서 다시 약혼을 하든, 결혼을 하든 하겠지” 하고 물러나려 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요셉에게 질문할 것이다.
“요셉 너 미쳤냐? 그렇게 예쁜 여자를 말이야.
얼마나 착한 여자인데, 너 어쩌려고?”
요셉은 뭐라 답할 요량이었을까.
“성격 차이야.”
요셉은 “성격이 안 맞으면 못 사는 거야.”라고 말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는 약혼녀 마리아를 보호하려는 하늘스런 배려다.
이런 그를 하느님은 ‘의로운 사람’이라고 인정하였다.
바로 여기서 의로움의 새로운 차원이 드러난다.
본디 구약에서 의로움을 뜻하는 ‘체다카’(tzedakah)는
사람의 성품과 관련되어 언급될 경우 율법에 어긋남이 없는 인간 태도를 가리킨다.
하지만 요셉에게서 드러난 ‘의로움’은 빈틈없는 율법준수의 차원을 넘어서는 그것,
바로 자기희생적 사랑의 경지에 이른 의로움이었다.
이 지점이 구약에서 신약으로 넘어오는 고개다.
율법의 핵심 정신이 신약으로 넘어오면서 사랑으로 명료하게 드러나게 됨과 함께,
‘의로움’의 차원이 율법준수에서 사랑의 실천으로 업그레이드된 것!
이런 까닭에 하느님께서는 요셉이 마리아를 단죄하지 않고 살 길을 도와준 것을 ‘의롭다’고 인정하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요셉의 마음이야말로 가히 대림의 절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차동엽 노르베르토 신부 미래사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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