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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하는 삶/사제글

하느님은 농부이시다 - 박요환신부님의 오늘의 말씀

by 수영루치아 2014. 7. 21.

하느님은 농부이시다. (마태오 13장 24-43)

 

“오늘 점심으로 뭐 먹고 싶으세요?”, “전 아무거나 잘 먹어요”,

“그럼 낙지 볶음 어떠세요?”, “전 매운 것은 못 먹어요.”,

“그럼 뭐가 좋겠어요. 고기?”, “고기는 미국산일까 봐 겁이 나고요”,

“그럼 탕으로?”, “탕 속에 육수가 어떤 것으로 끓였는지 모르겠어서”,

“그럼 면 종류로 할까요?”, “제가 소화력이 약해서”,

“회는 어떠세요?”, “요즘 일본에서 들어와서 걱정되지 않아요?”,

“그럼 뭐 좋아하시는 거라도 있으세요? 꽃게나 찜 종류는?”, “꽃게는 짤 것 같고, 찜 종류는 맵지 않나요?”,

“그럼?”, “파스타나 피자는 어떠세요?”, “그럼 그걸로 할까요?”, ‘면 종류는 소화가 안 된다면서????’

 

  저를 방문하신 어느 수녀님들과 식사 한 끼 하기 위해서 나눈 대화입니다.

이 대화를 나누면서 문득 신자분들께 굉장히 죄송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제와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실까?’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뭐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이 참 난감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보면, 우리는 자신의 몸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이나 유기농뿐 아니라 몸에 좋다고 하는 것을 골라 먹으려고 합니다.

그것이 나쁘다기보다는 교리에서 가르치는 영원한 생명을 위해,

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으로 산다는 복음 말씀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몸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생활하고 있지나 않나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70년대 경제개발계획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도시화의 물결은 우리에게 농민의 이미지를 잃어버렸다고 봅니다.

농촌과 어촌의 삶, 그리고 밭을 갈구며 살아가는 분들의 삶을 잃게 했고,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현실은 “하느님은 농부이십니다.”라는 이미지를 잃게 합니다.

우리들의 삶 안에서 농민의 삶이 어떤 삶인지 그려지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 농민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가라지와 밀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밀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언제 파종하고 언제 수확을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농부이시다.” 이 말씀을 가지고 오늘 묵상해 봅니다.

자연을 보지 않고 살아온 나날이 길면 길수록,

그저 아무런 감사 없이 음식물들을 섭취하고 있을 때 우리 스스로 파멸의 길을 가고 있지나 않은지

다시금 뒤돌아 볼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농민 주일입니다.

일회성의 농민 주일이 아니라 늘 우리의 기억 중심에서 그분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생명을 공유하고, 공존하기 위한 지혜로서 농민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삶을 살아갈 때 우리의 관심 안에

“하느님은 농부이시다.”라는 이미지가 각 개인에게 그려지지 않을는지요?

오늘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박요환 요한세례자 신부 교구 사회사목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