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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하는 삶/사제글

너희는 그이 말을 들어라 - 최화인 라우렌시오 신부님

by 수영루치아 2016. 2. 21.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우리는 신앙생활을 합니다.

미사를 드리고 묵주기도를 바치고

고해성사를 보고

레지오 회합에 참석하고

돈과 시간, 재능과 열정을 봉헌합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무엇인가를 얻고자 합니다.

결국에는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해 주시고

나에게 관심을 가져 주셔서 나를 돌보아 주시기를 원하기 때문에 신앙생활을 열심히 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이미 우리를 사랑하고 계시고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계시며 나를 돌보아 주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는 재정립됩니다.

그분께서 이미 나에게 주시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도를 하는 이유도 다를 바 없습니다.

 내가 이만큼 당신을 위해 기도를 하는 수고를 했으니,

정당하게 내가 원하는 것을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결국, 그분께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을 듣기 위해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우리 종교는 계시종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그동안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만 신앙의 이유와 기쁨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것도 솔직하게 보아야 합니다.

그분은 사랑이십니다.

그분께 혼나고 버림받을까봐 이상하게 포장하려고 한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하느님상과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을 점검해야 하겠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노예적인 성향이 드러납니다.

여기서 탈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못 쌓아 올린 하느님상과 복음적이지 않은 가치관에 묶여 있었던 자신을 발견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풀립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하러 오셨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를 해방하시려고 오신 것입니다.

나의 구원자는 내가 아닙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내가 신자로서의 의무를 다했다고,

묵주기도를 이만큼 바치고 레지오 회합에 빠지지 않았다고,

봉헌을 많이 하고 봉사를 열심히 했다고,

이 정도면 되겠거니 하고 머물지 말고 그분께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성경공부, 피정, 신자재교육 특강, 성체조배,

요즘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톨릭 서적들 읽기,

복음 묵상 및 나눔,

본당 신부님과 수녀님들을 통해서만 얻고 싶은 관심이 아닌

소공동체 모임에서의 신앙 대화, 이 모든 것을 통해 나에게 다가오는 진정한 부활의 의미를 들어야 합니다.

나의 업적과 내 주변 사람들만 바라보면 눈을 들어 하늘을 보기가 싫어집니다.
지금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당신을 보여주십니다.


최화인 라우렌시오 신부 송현동 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