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네 성지를 다녀오며..
참 오랜만에 봄날의 여행을 했다.
성지순례라는
그리고 교황님이 선종하신 묵직한 숙제를 가슴에 안고 시작된 여행이지만
나름대로 조용히 자연을 음미할 수 있어 좋았다.
자연은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고
그 자연속에 나도 존재하고 있음을 느꼈다.
촉촉히 젖은 대지
그 대지와 함께 깔깔 호호 거리며 수다를 떨고 있는
키 작은 들풀들
그 곳 미리내 성지는 봄이 한창 이었다.
봄 놀이방엔...
아장 아장 보라색 제비꽃,
은은한 향기 담고 까~꿍하고 있는 노오란 산수화,
아직도 털옷을 입고 있는 버들강아지,
지난 도로 보수 공사 때 가지치기 당한 장미 새순,
봄날 밥상에 올라와 우리의 입맛을 찾아주던 달래, 냉이, 씀바귀, 쑥, 이름모를 나물들..
가물어 작아진 골짜기 물..
여름을 나기 위해 가지치기를 당하는 나무들
아직은 몽울거리기만 하는 개나리 진달래 갖가지 여린 나무들
잔디라는 이름에 충실하고자 파릇파릇 돋아난 꼬맹이 풀들..
그렇게 봄 놀이방은 아기자기 했다.
여리면서도 강한 모습들이 그곳에서 아주 당당히 자라고 있었음을
온 몸으로 체험했다.
감사한 일이다.
삶에 지친 생각들.. 마음들을
그곳 미리내 성지는 치유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의 별무리... 미리내..
그 아름다운 이름을 만들기 위해
그 숭고한 목숨도 아깝지 않게 여기며 추구하고자 했던 것들이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아낌없는 순교였다.
그 아름다움을 대신해서
자연은 찾아온 우리를 아주 너그럽게 반겨주었다.
잠시 숨을 크게 들이시며
미리내의 숭고한 정신을 담았다.
나중에 꼭 기회를 만들어
우리 가족과 함께 다시한번 방문하고자 다짐한다.
좋은 날 이쁘고 멋진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미리내 성지를 다녀오도록 허락 해 주신
주님의 사랑과 은총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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