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어떻게 해야 좋은 부모가 되는지는 알겠는데, 그것을 실제로 실행하는 것이 참 어렵다고들 하십니다.
알기는 알겠는데 아는 것을 실제로 적용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죠. 이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접하고, 훌륭한 정보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적용시키지 못하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열의를 가지고 배우고 결심을 하다가, 한두 번 실패로 이어지면 ‘역시 안되는 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생각은 이후에 아무리 좋다고 하는 교육이나 정보가 있어서 ‘그것도 마찬가지일 텐데’하는 체념을 불러오게 됩니다.
좋은 자녀교육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를 알아봅시다. 부모님들에게 있어서 자녀교육이란 지식만으로 남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실천이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적용과 실천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분석심리학이라는 영역을 개척한 융(C. G. Jung)이라는 사람의 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의 마음을 오른쪽 그림처럼 표현했습니다.
마음의 중심에는 자기(self)가 존재하고, 그 바깥쪽으로 아니마(아니무스)와 그림자, 그리고 내가 아는 ‘나’라고 할 수 있는 자아가 존재합니다.
자아는 내가 알고 있는 나이기 때문에 의식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며, 그림자는 내가 모르는 나의 또다른 측면이므로 개인적 무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 무의식은 사람마다 다른 마음으로, 자기도 모르는 자기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아니마(아니무스)는 나의 생물학적 성(sex)과 반대되는 성의 특성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남자에게는 여자의 특성인 아니마가 있고, 여자에게는 남자의 특성인 아니무스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통되게 갖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 집단적 무의식입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아주 근본적이고 강력하며, 신비한 힘의 원천인 자기가 있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 우리가 조금 자세히 살펴볼 대상은 바로 그림자입니다.
우선 그림자에 대하여 함께 알아봅시다. 그림자는 어떻습니까? 그림자는 결코 나와 떨어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도망가려고 해도 도망갈 수 없으며, 밝고 화려한 불빛 앞에서 그림자는 옅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짙어집니다.
그리고 그림자는 내 모습과 똑같이 행동합니다. 내가 팔을 벌리면 그림자도 팔을 벌리고, 내가 앉으면 그림자도 앉습니다. 그런데 그림자는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빛의 반대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빛을 향해서 걸어가는 사람에게 그림자는 항상 뒤에 있기 마련이죠. 그래서 그림자를 보려고 뒤를 돌아다보지 않으면, 그림자가 있는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융은 우리 마음에도 이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 그림자라는 마음의 구조물이 있다고 합니다. 융이 말하는 그림자란 나도 모르는 나의 또 다른 측면으로, 보통 자신이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어두운 부분이라고도 하여, 그림자라고 한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인 자아 뒤에 바짝 붙어 있는,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모습 중에 어떠한 것은 자아가 되고, 어떠한 것은 그림자가 될까요? 바로 내가 좋아하고 인정하는 모습은 자아가 되고, 내가 싫어하고 부인하는 모습은 그림자가 되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에게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합니다. 자기가 싫어하고 부인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의식에서 억압되어 무의식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죠.
그런데 융은 우리가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그림자와 화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아의 어두운 측면인 그림자와 화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마음이 분열된 사람이 되는 것이죠. 마음이 온전히 하나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림자를 인정하고 화해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림자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융은 그림자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입니다.
간혹 우리 주변에 보면 이유도 없이 싫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별하게 갈등이 있었다거나 자신에게 해를 입힌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싫은 마음이 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별로인 사람이 있다는 것이죠.
융은 특별히 이렇게 무조건 싫은 사람이 동성(同性)일 때 자신의 그림자가 그 사람에게 투사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합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이 상대방에게 나타날 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싫은 마음이 든다는 것이죠.
내가 싫어하는 모습이 내 앞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싫은 마음이 드는데, 이 모든 과정이 우리가 의식으로는 알 수 없는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내가 왜 저 사람이 싫지?’ 생각하면 딱히 특별한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약 자신의 그림자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람이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행(?)이겠지만,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많은 갈등에 부딪힐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떠한 특별한 이유 때문에 싫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무조건 싫기 때문에, 그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 등 모든 것이 못마땅해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직장의 동료들이나 같은 활동을 하는 단체에 속한 사람, 교회의 다른 성도일 경우 심리적 불편감을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경우는 바로 가족일 경우입니다. 자신이 싫어하는 모습이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서 보일 경우, 자동적으로 화가 날 수 있습니다. 특별히 그 가족이 자녀이거나 손 아래 형제일 경우에는, 일방적인 꾸지람과 짜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죠.
실제로 이러한 예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문제로 멘토링이나 상담을 신청하는데, 자녀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사실 그 자녀의 모습이 그 부모의 모습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자녀의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크게 문제라고 할 정도가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그저 그 아이의 독특한 특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부모는 그것이 큰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것 때문에 아이를 지나치게 꾸짖는다고 이야기하거나, 아이가 그러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화가 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래서 가끔은 ‘부모님에게도 그러한 모습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아주 불쾌해 합니다. 그러면서 강력하게 부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입니다. 자신이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이에게서 보여질 때, 극단적으로 아이를 문제시삼거나 아이를 참고 기다려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융은 통합된 마음, 즉 건강한 마음을 가지려면 그림자와 화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누군가와 싸웠다가 화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단 그 사람의 의견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 타협하고, 해결점을 찾아야 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자와 화해한다는 것은 일단 그림자의 존재를 인정해야 합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아이의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그림자를 인정하게 되면, 일차적인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모습이 됩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문제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아주 커져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된 다음에야 마지못해 인정하는데, 이것은 좋지 않습니다. 빨리 인정해야 합니다.
내가 싫어하는 아이의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는 단지 거울의 역할만 해주는 것입니다. 거울을 보고 내 얼굴에 무엇이 묻었다고 거울을 깨버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내 얼굴에 묻은 것을 부인한다고, 그것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빨리 인정하고, 그것을 떼어버리려고 해야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그림자를 인정했다면, 그 다음은 그림자를 사랑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싫어하는 모습이지만, 내 모습이기 때문에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변화할 수 있습니다. 내 모습임을 인정하되 사랑하면서 인정하는 것입니다. 미워하면서 인정한다면 변화하기 어렵습니다. 미워한다는 것은 사실 인정하긴 했지만, 마지 못해 인정한 것입니다.
인정하고 사랑한 다음에는 현실적으로 변화의 방법을 찾아 봅시다. 변화의 원리는 언제나 동일합니다. 운동을 잘 못하는 사람이 운동을 잘하는 변화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운동을 하는 것이 어색하고, 근육이 아프고, 하기 싫을 때가 있지만 이것을 이겨내지 못하면 운동을 잘할 수는 없습니다.
마음의 변화도 이와 똑같습니다. 자신의 그림자가 게으른 것이라면, 조금 더 부지런해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면 됩니다. 자신의 그림자가 변덕스러운 것이라면, 조금 더 일관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그림자가 아이에게서 보일 때, 아이를 다그치거나 나무라지 말고 자신의 그림자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의 그림자와 화해하고 인정하고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아이에게서 그러한 모습이 나타날 때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그림자를 변화시킨다면, 자연스럽게 아이에게서 보이는 그러한 모습도 변화될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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