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 가요, 그리고 소설이나 시, 뮤지컬과 오페라 등 사람들이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거의 사랑이라는 주제가 빠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사랑이라고 하면 남녀간의 로맨스를 생각한다. 이성 간의 사랑은 인류의 역사를 지속하게 해주는 것일뿐더러, 사람들에게 중요한 심리적인 에너지원이 되기도 한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며 심리치료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사람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성적 추동(sexual drive)을 핵심 주제로 살펴보았다.
성적 추동이란 성적인 욕구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성(性)을 중요시했던 프로이트에게 성은 너무나 중요하여, 이후에 그는 성적 추동을 삶의 추동이라고 보았다.
다시 말해 프로이트는 성(性)을 생(生)이라고 본 것이다.
꼭 이렇게 어느 학자의 이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이성과의 사랑은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어떤 이성을 만나서 어떤 사랑을 하느냐에 따라서,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이성과의 만남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결혼은 한 개인의 일이 아니라, 온 가족과 가문의 문제로까지 인식될 정도이다.
가족이나 부모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하는 일이 서양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비일비재하지 않는가.
아마도 이러한 현상은 한 개인보다는 집단과 전체를 중요시하는 우리의 문화에서 사람들이 사랑과 결혼의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중요한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 사람들은 전혀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전문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막무가내식의 사랑은 결국엔 더 큰 갈등과 상처를 만들곤 한다.
사랑에는 언제나 갈등과 상처가 따라오는 법이라고 하지만, 이 갈등과 상처가 결혼 이전이라면 그나마 괜찮다. 헤어지면 되니까. 물론 힘들겠지만, 시간이 잊게 해주니 괜찮다. 그런데 결혼 이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연애할 때처럼 쉽게 헤어질 수도 없고, 헤어진다고 더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고 계속 살자니 상처는 더 깊어지고, 결국엔 살 속 깊숙이 곪기 시작한다. 결국 참다 참다가 헤어져도 그 상처는 연애할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게 남는 것은 물론이요, 헤어질 엄두가 나지 않아서 헤어지지 않아도 평생 가슴의 한으로 남게 된다. 그런데 결혼이후의 갈등과 상처의 최대 피해자는 부부 당사자들이 아니라, 그 자녀들이다. 당사자들이 겪는 상처는 자신들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기는 하지만, 자녀는 일방적인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부부 사이의 갈등과 상처는 자녀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며, 이는 더 나아가서 자녀의 성격과 학업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부모님들은 자녀 때문에 이혼하지 않고 사시는 경우가 많다. 자녀에게 상처를 줄까 싶어서 그냥 참고 사는 것이다.
어떤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대학 가기만을 기다렸다가 이혼을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결혼하기만을 기다렸다가 이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말은 배우자 때문에는 못살아도, 자녀 때문에는 산다는 것이다.
배우자로부터는 아무리 상처를 받아도, 자녀만 잘된다면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자녀사랑인가?
자신은 배불리 먹지 못해도 자녀는 배불리 먹였던 우리의 어머니들의 마음인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예전 부모나 자녀를 위해서 무조건적인 희생을 했지 요즘에는 안그런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방법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녀사랑은 유별나다.
해외에서 이름을 떨치는 유명한 운동선수들을 보라. 박지성, 박세리 등. 그들 뒤에는 항상 부모들이 있다.
부모들이 자신들의 생계를 뒤로하고, 자녀 뒷바라지를 다니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의 운동선수들이 항상 부모와 함께 다니는가?
대학입시를 앞둔 고삼 수험생을 보라. 그들은 부모들을 마치 자신의 종 부리듯이 대한다. 함부로 짜증내고, 이것 달라 저것 달라 한다. 마치 왕이 된 것 같다.
부모는 이것을 당연히 여긴다. 자녀가 고3이면 부모도 고3이라고 하지 않는가? 세계 어느 나라의 수험생 부모들이 자녀에게 이러한 대우를 받는가?
우리나라에서 임상심리학이나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현장에서 심리치료를 하고 있는 심리학자들은 개업을 해서 성공하려면 아동치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한다.
이 말은 사람들이 자신이 우울하고 불안하고 심리적 문제가 생겨도 심리치료를 받으려고 오지 않지만, 자녀의 정서나 학업에 문제가 있으면 곧바로 온다는 것이다. 그러니 개업해서 돈을 벌려면, 아동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네 부모님들은 자녀, 자녀양육에 지대한 관심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자녀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먹고 살기가 힘들었던 시절에는 그저 잘 먹이고 잘 입히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녀양육에 대한 관심은 주로 육신적인 부분에 국한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먹고 사는 문제가 크지 않다. 오히려 자녀의 심리적 안정과 학업의 성취 등 자녀의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서 부모들이 도와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어떻게 하면 자녀를 효과적으로 양육하고 도울 수 있을지, 이제는 부모들도 공부하고 알아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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