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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rapy 자료/독서치료

엄마 마중 - 이태준 글/ 김동성 그림

by 수영루치아 2013. 6. 13.

 

 

★ 엄마 마중

누런 방한모자를 눌러 쓴 한 아이의 표지 그림이 인상 깊었다.

한 줄 한 줄 짧은 문장들을 읽어가며 속속들이 밀려드는 감정의 물결을 누르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다가, 책을 다 덮고서는 갑자기 화가 났다.

아주 슬프기도 했지만, ‘어떻게 이럴 수가’라는 말만 떠올리며 화가를 냈던 거다.


애잔한 시대를 배경으로 온전히 기대고 싶은 단 한 사람,

엄마를 기다리는 한 아이의 애틋한 마음이 표현된 그림책이다.

월북 작가 이태준의 짧은 동시를 김동성 그림 작가가 그려 2004년 소년한길에서 출간했다.


(어린이집을 가도, 학원을 가도, 친구 집을 가도, 일일이 부모가 아이를 데려다주어야 하는 곳에 살다보니, 이렇게 아이 혼자 엄마 마중을 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 낯설기도 하면서, 내가 자랄 때는 이 아이처럼 자라서 익숙하기도 한 장면이기도 하다.

아이가 몇 살 정도 되었을까? 너무나 귀여우면서도 대견해보인다.)


이태준 작가는 ‘코만 새빨개져 가만히 서 있습니다.’로 글의 끝을 설정했다.

시대가 가져다준 아픔을 반영하는 면도 있었을까?

하지만 그림을 그린 김동성 작가는

세 페이지를 걸쳐 긴장을 고조시킨 후 보다 따뜻한

지금, 현대에 그림책을 읽는 사람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결말을 제시해 주었다. (물론 명백한 글이 없으니, 이 장면이 상상인지 실제인지 모르겠다.)


이태준, 김동성 작가의 [엄마 마중]을 읽고,

아직은 유일한 기댈 곳인 엄마를 원하는 아이의 애타는 기다림도 같이 느껴보았고,

제 아이 옆에서 언제든 든든히 지켜주고 싶은 엄마라는 나의 자리도 생각해보았으며,

한 때 나의 우주였던 친정엄마를 떠올려보기도 했다.


나 또한 어릴 때 혼자 책을 읽고 학습지를 하고도 할 일이 없어 방도 가지런히 치우며 시장에 일하러 가신 엄마를 목매어 기다린 날이 무척 많았었다. 엄마가 오시면 어떤 말을 해 주실까 기대하던 때가 아련하게 생각난다.

내가 부를 수 있는 엄마라는 그 이름, 내가 불릴 수 있는 엄마라는 그 이름, 그리고 따뜻한 추억이 왠지 고맙게 느껴진다.


잊혀지고 있는 옛 문화와 옛 감성을 아이에게 소개하고자 할 때, 또 마음속에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가 늘 함께하는 엄마, 아빠에게도 조심스럽게 추천하고픈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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