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유공간/자유공간·휴식

추수

by 수영루치아 2005. 10. 24.

 

추수(秋收)

          유 진이

 


꼭 두 새벽부터
술렁이는 들녘
파랗게 패인 벼꽃위로
물기 마른 바람이 다녀가고

다 태우지 못해
불춤 추던 팔월의 태양도
반쯤 잘린 빛 감아쥐고
시월의 중턱에 내 걸리면

흘린 땀방울만큼이나
흙의 무대를 오르내리며
희망을 건져내던
질그릇에 담은 투박한
막걸리 농심

깨지고 할퀴고 짓밟고
지나간 무수한 것 들
그 뒤에 살아 남아
함께 호흡했던 아픔의 자국 들
하회탈 같은 회심의 미소는
거두어야 할 것들로 분주하기만 하다...

'♣ 여유공간 > 자유공간·휴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엽  (0) 2005.10.27
가난한 이름에게  (0) 2005.10.27
그대는 누구십니까?  (0) 2005.10.15
웃음속의 생각  (0) 2005.10.12
나무  (0) 200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