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많은 일을 겪지만, 그 중에서도 결혼만큼 특별한 사건이 있을까? 결혼이 특별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는 바로 배우자가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가족은 아주 중요하다. 특별히 개인보다는 전체가 더 중요시되는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 가족이 차지하는 위치와,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일반적으로 ‘가족’은 선택이 불가능하다. 아무도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나지 않았고, 형제들을 가족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 이후에도 자녀를 선택할 수 없다. 성별이야 선택해서 임신중절을 할 수 있지만, 그 아이가 도대체 어떤 아이일지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배우자는 다르다. 유일하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족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이 쉽지 않은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결혼과 이후의 생활에 큰 기대를 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다.
실제로 누구와 결혼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크게 바뀌기도 한다. 소위 배우자 잘 만나서 인생이 피는(?) 사람도 있고, 잘나간 인생이 배우자 때문에 망가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최고의 사람과 결혼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결혼이 쉽지 않은 것이다. 꼭 배우자의 덕을 보거나 배우자 때문에 피해를 보지는 않더라도 배우자의 인생과 자신의 인생은 아주 밀접하기 때문에, 결혼은 어떻게든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래서일까? 결혼하기 전에는 결혼하기 위해서 사는 것 같다. 인생의 목적이 결혼 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좋은 학벌과 직장, 외모와 능력 등이 결혼에 맞춰진 것 같다.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이후에는 아이의 결혼을 위해서 사는 것 같다. 좋은 성품과 성적, 그리고 재능과 훌륭한 직업 이후에 결혼으로, 부모는 자신의 책임이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인생이란 결혼 준비로 60년을 보내는 것 같다.
이렇게 중요한 사건이니 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인지 결혼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는 말을 하고,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라고도 하며, 영화 제목처럼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하기도 한다. 결혼은 대대로 인륜지대사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을 빗대어 “결혼은 불륜지대사”라고 하기도 한다. 어쨌든 결혼이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임은 틀림없다. 이렇게 결혼을 하면 부부가 되는데, 부부를 나타내는 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느니, “부부는 일심동체”라느니 하는 것들이다.
심리학에서는 결혼과 배우자를 어떻게 볼까? 여러 심리학자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하지만, 우선 결혼과 배우자가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서 Holmes와 Rahe의 연구를 살펴보자. 이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사건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주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사람들에게 하여금 평소에 겪는 일들을 떠올리면서 스트레스 점수를 매겨보라고 하였다. 이 때 임의적으로 “결혼”을 50점이라고 하면서 기준을 제시해 주었다. 다른 사건을 결혼과 비교하여 점수를 주라고 한 것이다. 결혼보다 두 배의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이면 100점이고, 반 정도의 스트레스라면 25점을 매기는 식이다.
연구 결과 결혼 보다 두 배 이상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은 나오지 않았다. 딱 두 배가 최고의 스트레스 사건이었는데, 바로 배우자의 사망(100점)이었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사건들 중에 최고로 힘든 일이 배우자의 사망이라는 소리이다. 스트레스 사건 2위는 이혼으로 73점이었으며, 3위는 별거로 65점이었다. 공동 4위는 수감(감옥에 갇힘)과 가까운 가족의 사망으로 63점이었으며, 6위는 개인의 부상이나 질병이 53점으로 그 다음을 이루었다. 그리고 7위는 처음에 기준으로 제시했던 결혼(50점)이었다. 결국 스트레스 사건 1위부터 3위까지 결혼이나 배우자에 관한 것이고, 그 다음 7위가 결혼이었음을 생각해 볼 때 결혼을 통하여 누군가와 부부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결혼을 통하여 부부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만 준비하지 정작 중요한 부부생활에 대해서는 준비하지 않는다. 막연히 ‘결혼해서 살면 되는 거지 뭐. 별거 있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부부생활’이라는 말 자체도 대체로 성(性)생활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부부생활에서 성(性)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음은 결혼을 한 부부라면 알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남자들은 그저 밤일만 잘해주면 모든 것이 평안하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얼마나 부부관계에 대하여, 특히 남자들이 여성에 대하여 얼마나 무지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렇게 부부생활과 부부관계에 대한 몰이해는 우리나라의 이혼율을 OECD 국가중 2004년에는 2위로, 그리고 최근에는 3위까지 끌어올렸다. OECD 국가중 자살율 1위라는 것에 비추어봐서,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자위해야 할까?
앞에서도 이혼은 스트레스 사건 중 배우자의 사망 다음으로 2위(73점)라고 하였다. 높은 스트레스가 우리의 신체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인데, 결국 원만한 부부생활과 행복한 부부관계는 상대 배우자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혼생활과 부부관계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 굳이 ‘공부’라는 말을 쓰고 싶지는 않은데,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공부’라고 하면 치를 떠니 말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하는 공부만이 공부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공부’라는 말이 적절할 듯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사람에 대해서는 전문가’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굳이 심리라는 것을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일이며, 이것은 얼마나 심리학에 대해서 무지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서, 태교나 자녀교육에 있어서는 많은 부모님들이 관심을 갖고 공부하려고 한다. 자녀교육 세미나도 참석하면서,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고 자녀에게 좋은 양육환경을 제공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정작 부부관계나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아이의 재능과 학업, 좋은 인품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부부의 관계라는 것이다. 아무리 아이가 타고난 재능이 있어도, 부부 싸움을 자주 하는 경우에는 아이들이 성공하지 못하지만, 아이가 비록 타고난 재능이 없어서, 부모님들 사이가 좋고 그래서 가족이 화목하다면 아이들이 유능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자녀교육 책을 읽어보라. 사실 가정의 핵심은 아이들이 아니고, 부부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부부생활과 부부관계에 대해서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중에 조기교육이니 논술교육이니 걱정하면서 이리저리 돈쓰면서 다니는 것보다,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인생의 2/3 이상을 부부가 함께 보낸다. 그렇다면 굳이 다시 언급하지 않아도, 한 사람의 일생에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부부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부모의 관계가 결정적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 사람의 행복에 미치는 부부생활과 부부관계는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계속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하여, 행복한 가정을 위하여, 행복한 부부가 되기 위하여 심리학에서는 무엇이라고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