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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는 문/궁금한세상

미국과 한국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처 비교

by 수영루치아 2015. 6. 10.
美, 메르스 환자 정보 공유… 바이러스 전파 막았다…‘늑장대응’ 한국과 대조

 


 

우리 정부의 메르스 늑장 대응과 달리 미국은 지난해 첫 메르스 환자가 입국한 지 19일 만에 상황을 종료시켰다. 미 보건당국은 2012년 중동지역에서 메르스가 확산하자 경각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가 메르스 의심환자를 조기에 확인했다. 미국은 메르스 환자 확진과 동시에 환자의 동선을 일별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중동을 방문한 추가 감염 우려자에 대해 자진신고를 유도했다.

9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4월2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항공기를 타고 런던을 경유해 시카고에 도착한 A씨가 버스를 타고 인디애나주로 갔다. 이 환자는 사흘 뒤인 27일 고열 등 감기 증상이 나타나자 이튿날 한 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이 환자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해 즉시 격리시켰다. CDC는 이러한 사실을 보고받고 메르스 확진 검사를 수행하는 동시에 환자의 동선을 추적해 접촉 우려가 되는 사람들을 감시하며 메르스 감염 여부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CDC는 해당환자가 메르스 감염자임을 확인하고 즉시 언론에 발표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9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메르스 전문상담센터에서 협회 관계자가 환자 발생 상황을 게시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당시 기자회견에서 앤 슈캣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소장은 메르스 환자가 탑승한 비행기와 버스를 밝혀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지역사회와 교통산업 분야의 협조를 얻어 접촉가능한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고, 메르스가 더 광범위하게 퍼져나갈 것으로 보이지 않아 현시점에서는 공개하지 않는다”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대신 환자가 경유한 지역은 상세하게 공개했고, 중동 지역을 방문한 뒤 14일 이내 의심증상이 발견되면 의사를 찾을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5월 12일 두번째 메르스 환자가 확인됐지만 미 보건당국은 이 환자의 잠복기(14일)가 채 끝나기도 전인 같은 달 17일 “두 환자가 가족이나 병원 관계자들에게 메르스를 전파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잠정적으로 상황 종료를 선언했다. 미국 CDC는 당시 최신 정보를 일반 대중과 여행객, 의료기관에 제공한 점이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메르스 확산 및 대책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경청하며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내에서는 지난 5월 4일 중동 지역에서 국내로 들어온 메르스 첫번째 환자가 입국 1주일 뒤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였지만 메르스 의심소견을 받을 때까지 세 곳의 병원을 전전하며 메르스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 정부의 대응은 한 발씩 늦었다. 41명의 메르스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5일까지 메르스 관련 의료기관이나 지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환자와 접촉자 정보를 의료기관과도 공유하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켰다. 한 의료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첫번째 메르스 환자의 감염 사실을 확인한 의료진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국내 대학병원 전부가 마비되는 상황이 초래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