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엄마들 모임에서 크게 화낼 일이 아닌데 화를 내다가 무안해서 그만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어쩌다 가끔이지만 엄마들한테나 아이한테, 사람들한테 하는 행동을 보면 너무 수치스럽고,
모자란 행동이 계속 생각나서 잠을 설칩니다.
A: 뭔가 일이 잘 풀리고, 사람들에게 좋은 소리도 듣고,
모처럼 반가운 사람들을 만날 때는 왠지 우쭐해 집니다.
하지만, 내가 의도한 게 잘 전달되지 않아 오해를 사고, 영 상황에 안 맞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나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되는 때가 있을 겁니다.
반갑지도 않고, 수치스러운 그것, 아무에게도 내 보이고 싶지 않은 어두운 것을 들킨 그런 기분이 드는 때... 심리학에서는 내 안에 있는 그 시커먼 괴물을 '그림자'라고 합니다.
상태가 좋지 않을 때면 불쑥 튀어나와 나를 부끄럽고 당황스럽게 만드는데 당할 재간이 없습니다.
부정하고 거부할수록 내 안 어딘가에 어두운 그것이 자꾸만 쌓여가게 됩니다.
빛이 나를 향해 비춰지면, 내 등 뒤로는 반드시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어두운 밤 길에서의 빛은 내 그림자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괴로움에 쌓여 있을 수록 나를 자극하는 무언가는 내 그림자를 더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나한테 드리우면, 내 안의 그림자 역시 발끈하게 되고,
그러다 두 그림자가 벌떡 일어나 서로 싸우게 됩니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이 시커먼 그림자란 없앨 수는 없는 것이라면,
좀 더 노련하게 다루어 한결 마음을 가볍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검은 괴물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1. 이 괴물이 어떨 때 나타나고, 어떻게 이를 드러내는 지, 그 정체를 알아봅시다.
사람들은 자신의 그림자를 남에게 드리우기 마련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은 그림자 때문에 괴로워할 필요조차 없을 테니까요.
상대가 자기 그림자를 나에게 덮어 씌우려 할 때,
내 그림자 역시 일어나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노력해 봅시다.
발끈한 순간의 기분을 적어두거나, 자극이 되었던 말 또는 상황을 적어두다 보면,
내 그림자가 언제 발끈하는지 알아차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 괴물의 정체를 좀 더 알아차릴 수 있게 되면,
상대의 그림자가 이빨을 드러내고는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누가 나에게 그림자를 드리울 때 상대를 하지 않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들이(그리고 내가) 자신의 그림자를 얼마나 자주 드러내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서 더욱 더 인간미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2. 괴물이 튀어나올 때 눈 가리지 말고, 잘 바라봅시다.
다른 사람이 그림자를 꺼내 놓으면, '왜 저래? 저 인간은 저것 밖에 안되지...' 하기 보다는
그림자를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사람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나 자신도 남에게 그림자를 던져버리고, 회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 사람을 나쁜 사람, 나를 화나게 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면 편한 것 같지만
내 안에 어두운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성숙의 기회를 놓치는 것입니다.
나의 모자란 부분을 인정할 때 나는 그 아픔만큼 성숙하고, 다른 사람의 어려움 또한 이해하게 됩니다.
3. 가끔 씩의 일탈행동은 생각지 못한 에너지를 줍니다.
할 일을 앞두고 힘이 나 빠지거나, 두려워서 발을 내딛기 어려울 때가 있으시죠?
그럴 때는 산에 올라가서 소리를 지르거나,
혼자 있을 수 있다면 신문지 뭉치나 젖은 수건으로 실컷 바닥을 내리치는 것입니다.
내 그림자와 한판 씨름해 보는 것이지요. 상태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방전이 되어 있을 때, 이러한 행동들은 에너지를 끌어올려 줍니다.
4. 내 자녀와 이웃이 자신만의 온전한 삶을 살도록 도와줍시다.
사람들은 순간 순간 자기 그림자를 한 개인에게 던져버리기도,
집단의 한 사람이 각 사람의 괴물을 담당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인당수에 심청을 제물로 바친 이야기나, 에밀레 종에 아기를 바쳤던 것처럼 말입니다.
건강한 가족처럼 보이는 경우에도 가족 중 한 명을 문제아,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으로 은근히 몰아가기도 합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갈 거야' 라면서
착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 부모가 겁을 주기도 하지요.
자신의 그림자를 자녀에게 넘겨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녀에게 자기만의 멋진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모나 가족의 그림자를 지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스타나 영웅을 만드는 것도 실은 내 안의 괴물, 즉 그림자 때문입니다.
내 안에 훌륭한 것이 있다고 믿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서 찾고자 하기 때문이지요.
남에게서 찾는 게 속편하고 쉬우니까요.
엄친아, 엄친 딸 이야기를 자꾸 하는 것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내 아이가 분발하도록 자극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아무도 함부로 자기의 그림자를 나에게 드러내어 위협하거나, 함부로 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내 자신의 소중함을 지킬 권리와 책임이 있습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용감하고, 자유로운 하루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자신의 그림자까지도 품어내는 온전한 인격체로 함께 성장하고 있는 자녀와 이웃,
그리고 나 자신을 실감하게 되실 거라 기대합니다.
칼럼니스트 : 이원이 박사(삼성생활문화센터 상담실)
※ 본 컨텐츠는 삼성스포츠단이 제공하는 심리학 전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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