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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탬프 아트는 스크랩북킹(scrapbooking)에 속하는 꾸미기 방법 가운데 하나다. 스크랩북킹은 종이공예, 종이 감기, 포크 아트, 압화 등 다양한 생활 공예를 활용해 DIY 꾸미기를 하는 작업. 여기에 스탬프가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해 특유의 섬세함과 아기자기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공예의 한 분야로 잘 알려진 스탬프 아트. 앨범 꾸미기, 사진 액자 장식부터 인테리어 소품에까지 스탬프의 무한변신은 상상 이상이다.
스탬프라고? 맞다. 아이들 책상 서랍에 한두 개씩은 꼭 있는 ‘꾸~욱’ 도장 찍는 그 물건 맞다. 매번 똑같은 모습만 찍혀 심심한 놀잇감 같기만 했던 스탬프. 그런데 이 스탬프로 못 꾸밀 게 없다니, 주부들의 손끝에서 ‘아트’의 날개를 달았다니, 거참 신기하기만 하다. 따라가 보니 정말 스탬프 하나만으로도 장식하지 못할 것이 없다. 선물 포장, 편지지, 액자 리폼, 사진 꾸미기, 카드…. 정말이지 스탬프를 찍어 만들었다고는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본디 깊게 지니고 있던 프린트 같기만 하다. 하나의 스탬프가 낼 수 있는 문양은 달랑 하나지만, 어떻게 찍고 어디에 장식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수 천 개의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게 바로 스탬프 아트의 매력. 손재주가 없어도, 그림 솜씨가 없어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니 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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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스탬프로 수천 장 이미지 창조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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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탬프 모양은 꽃, 나뭇잎, 동물, 알파벳, 영어문장 등 구분할 것 없이 다양하다. 발렌타인데이며 크리스마스 장식 스탬프만도 4단 책장을 빼곡히 채울 수 있고 계절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지는 스탬프도 있다. 알파벳 하나가 새겨진 엄지 손톱만한 것부터 크게는 엽서 한 장에 가득 차는 크기까지 종류를 헤아리자면 끝이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스탬프 갯수부터 늘려야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오산. ‘스탬프 아트’의 달인 성은영 씨(스탬프 전문쇼핑몰 ‘핸즈링크’ 대표)는 스탬프를 많이 사 모으는 사람을 보면 오히려 자신이 불안해진단다. “처음에는 종류가 많아야만 되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테크닉만 조금 발휘하면 무궁무진하게 변용해 쓸 수 있거든요. 특히 한눈에 보기 예쁘고 특이한 것은 두고두고 못쓰는 경향이 있으니 주의해야 해요.” 성씨가 질리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문양으로 추천하는 것이 ‘낙엽’이나 ‘꽃’처럼 자연을 모티브로 한 문양들. 이 낙엽 모양 스탬프 하나를 100명에게 쥐어줘도 100가지의 각기 다른 분위기가 나온단다. 실제 성씨의 손길을 따라가다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많은 분들이 스탬프 장식을 할 때 종이 중간중간을 규칙적으로 찍기만 하죠. 하지만 각도를 조금 바꾸고, 무늬가 반쯤 잘리게끔 종이 모서리에 걸쳐 찍고, 또 그 밑에 영자 장식 한 줄만 덧붙여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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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 패드 활용, 페이퍼 코디를 더하면 그대로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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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스탬프의 단짝, 잉크 패드 활용이다. 스탬프의 보조로만 활용하거나 수명이 다했다고 가차 없이 버린다면 아까울 따름. 거의 마른 잉크 패드로 종이 끝부분만 툴툴 찍어줘도 테두리가 자연스럽게 물드는 효과를 내니 재활용을 넘어 엄연한 장식 재료다. 컬러 또한 색색으로 갖출 필요가 없다. 그린, 블랙, 커피 컬러 정도가 유용하고 무난하다. 원색 느낌보다는 한 톤을 낮추는 것이 어디에 장식하든 멋스러워 보인다. 스탬프 아트에서 ‘고르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또 하나의 아이템이 종이. ‘종이 궁합’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서도 디자인이 확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탬프 아트가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곳이 카드, 선물 포장, 앨범 꾸미기, 책 표지 장식, 벽지 장식 등 종이 위에서다. 물론 부속품을 덧대고, 점토에 응용하거나 엠보싱 작업을 하는 등 스탬프가 공유할 수 있는 소재는 엄청 다양하다. 중요한 건 손으로 만든 것이라 믿겨지지 않는 작품들에는 기성 작업과 같은 테크닉이 분명 있다는 것. 그래서 나홀로 수집가가 되기보다 동호회를 통해 함께 배우고 나누는 문화가 필요하다. ‘스크랩북킹 카페(http://cafe.naver.com/scrapbook)’에는 스탬프를 활용한 앨범 꾸미기 정보가 가득하며 만들기 정보도 나누고 있다. 카페에서 콘테스트도 열고 색다른 해외작품도 꽤 올려뒀다. 스탬프마마(www.stampmama.com), 스탬프하우스(www.stamp-house.co.kr), 핸즈링크(www.handslink.com) 등은 스탬프 전문 쇼핑몰이지만 강좌에 버금가는 내용도 얻고 궁금한 점도 풀 수 있다. 핸즈링크(www.handslink.com)에서는 정규강좌와 개별강습 등 오프라인 강좌도 열고 있다.
현재 스탬프 아트 매출의 대부분을 일으키는 층이 주부. 생활 작품을 만들며 취미로 활용하는 예가 많은데 특히 아이와 함께 마음을 맞추기에도 스탬프가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한다. 아직 어린 유아는 손에 힘을 주는 작업을 통해 소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고, 글씨를 배워가는 아이가 ‘엄마’란 단어만 써놓고 하트 스탬프를 찍으면 그것만으로도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다이어리 꾸미기나 용돈 기입장을 아기자기하게 만드는 재미를 더할 수 있어 매일 똑같은 일과를 정리하더라도 지루함이 덜하다. ‘So Thankful’, ‘everything is possible’ 등이 새겨진 메시지 스탬프로 쑥스러운 마음을 전하거나 엄마와 약속할 때 ‘이럴 땐 이 스탬프’ 식으로 칭찬 노트에 상을 준다면 한층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이 오갈 수 있다. 굳이 비싼 스탬프를 살 궁리만 하지 말자. 우리 주변에는 스탬프가 널려있다고 할 만큼 모든 것이 재료다. 지우개를 파서 만들거나 네모, 동그라미 지우개로 그냥 찍어도 예쁘다. 붓에 잉크 패드만 묻혀 찍으면 안개가 낀 듯 자연스러운 표현을 할 수 있고, 장식에 사용되는 푹신한 동그라미 모양의 ‘뽕뽕이’도 훌륭한 스탬프. 눈이 오는 풍경을 묘사하면 예쁘다. 또 비닐을 구겨서 잉크 패드를 묻혀 찍으면 ‘앤틱’한 배경을 만들 수 있다. 제품 애벌포장에 사용하는 에어캡(뽁뽁이)과 단추도 독특한 모양을 내는 개성 있는 스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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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interview 스탬프 아트 ‘전도사’ 성은영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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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탬프 아트는 사실 재작년쯤부터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인터넷 커뮤니티 속에서 정보 교류가 무척이나 활발하다. 성은영 씨(37)는 미국생활 중 인터넷에 카페를 만들어 한국 주부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장본인. 남편 직업상 미국 생활을 몇 년 하면서 스탬프 아트를 접했고 본격적으로 알리고 싶어 한국에 들여온 전도사라 할 수 있다. “덩치 큰 미국인들한테서 아기자기한 작품이 나오는 게 신기했어요. 관련된 쇼를 보러 다니고, 특이한 스탬프를 사 모으면서, 또 미국 동호회 모임을 통해 많이 배웠지요.” 그전까지는 일본어 통·번역 일을 하며 재미 삼아 압화와 종이감기를 했었던 게 전부다. 사실 스탬프 아트에 빠져든 건 남편의 힘이 더 컸다. 낯선 미국에서 아는 이 하나 없던 아내에게 한국 주부와 소통할 기회를 주고자 인터넷에 카페(http://cafe.naver.com/scrapbook)를 개설해준 것. 하나 둘 만든 스탬프 활용 작품들을 남편이 찍어두었다가 카페에 올리곤 했다. “한국 분위기랑 다르다면서 과정을 물어보며 신기해하고, 어디서 재료를 살 수 있는지 물어보는 주부가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미안하다, 미국이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단다. 구해달라는 ‘팬’이 갈수록 늘어 결국 쇼핑몰을 오픈해 국제배송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자라 블로그 이웃들이 ‘한번만 와 달라’, ‘직접 와서 가르쳐달라’고 부탁해 급기야 먼 길을 날아오기에 이르렀단다. “타국 생활을 하는 제게는 온라인 한국 이웃들의 힘이 그렇게 컸어요. 같이 나누는 안부와 정감 어린 대화가 정말 좋았거든요. 정말 친구 같고, 이웃 같고, 칭찬밖에 오갈 게 없는 분들이라 뭐든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러다 물건을 팔기보다 스탬프 아트를 활용한 스크랩북킹(scrap booking)에 대해 알리고 싶어 작년과 재작년에 DIY쇼를 열었고, 이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이제는 공예작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숍까지 등장했지만 성씨가 바라는 스탬프 아트는 어디까지나 ‘마음 공유’다. 특히 육아로 힘겨운 엄마들이 아기 앨범을 꾸미면서 힘든 일상을 털어냈다는 글을 보거나 가족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을 보내올 때면 더없이 뿌듯하단다. “스탬프를 들고 사진 앨범을 꾸미는 시간만큼은 오롯이 가족 사랑만이 숨쉬게 되요.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마음에 담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담기거든요. 그것만으로도 스탬프 아트는 충분히 행복한 작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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