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유공간/자유공간·휴식

짧은 시(들녁, 그 꽃, 균열)

수영루치아 2014. 10. 26. 16:51

들녘 / 정호승

 

날이 밝자 아버지가

모내기를 하고 있다

아침부터 먹왕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있다

비온 뒤 들녘 끝에

두 분 다

참으로 부지런하시다

 

 

  그 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균열(均熱) / 이호우

 

  차라리 절망을 배워 바위 앞에 섰습니다.

  무수한 주름살 위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

  바위도 세월이 아픈가 또 하나 금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