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에 띠를 매고(루카 12, 35.37).. 박요환신부님 강론
허리에 띠를 매고(루카 12, 35.37) | ||||
오늘 복음을 읽다보면 “띠를 맨다”는 부분이 두 번 등장합니다. 한 번은 주인을 기다리는 종의 준비된 모습으로, 또 한번은 주인이 종을 위해 “띠를 맨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러고보면 <띠>라는 것이 주인과 종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임이 분명합니다. 허리에 띠를 맨다는 표현에서 우리가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은 절제된 모습, 준비된 모습, 긴장된 상태, 절연한 의기, 종말론적 기다림, 순종적 태도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저는 이 <띠>가 가지고 있는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경외)을 읽어 보고 싶습니다. 시편 84편의 저자가 노래하는 기쁨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주님의 앞뜰을 그리워하며/이 몸은 여위어 갑니다./ 살아 계신 하느님을 향하여/제 마음과 제 몸이 환성을 지릅니다.” 주님의 사랑의 거처에서 늘 머물고 싶은 그리움으로 몸이 여위고, 몸과 마음이 하느님에게로 환성을 올리는 시편저자의 노래는 오늘 복음에서 <띠>를 매고 있는 종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누군가 그래야 된다고 시켜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삶이 읽혀집니다. 내가 한 일에 대한 미래 보상이 아니라 바로 지금 내가 사는 이곳에서 주님의 집에 있고 싶어하는 신앙인의 삶이 그려집니다. 우리는 어떤 <띠>를 매고 있습니까? 그리고 어떤 <등불>을 밝히고 사랑하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는 <띠>는 우리가 좋아하는 <띠>가 아니라 그분이 좋아하고, 그분과 하나가 된 <띠>가 아닐까요? 그분이 우리에게 주셨고,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띠>가 아닐까요? 왜냐하면 주인이 깨어있는 종을 위해 당신 손수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루카 12, 37)이라고 복음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이 새로운 눈뜸으로 자기의 심장마저도 하느님께 내어 드릴 수 있는 결연한 삶의 행위를 말합니다. 그분을 닮으려고 하는 노력이고, 그분이 우리를 통해 당신의 손과 발 그리고 몸을 쓰고자할 때 모든 것을 내어 드릴 준비가 되어 있는 삶을 말합니다. 어둠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변을 등불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 주변을 환하게 비출 수 있는 사람입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띠>를 준비하고 있는지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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