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주일 주보 '나를 따라 오너라.' 김학선 아우구스티노 신부님 글
나를 따라 오너라.
제가 사는 곳에 있는 자유공원에는 아침저녁으로 운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공원 위에서 내려다보면 인천항과 월미도의 불빛 사이로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저녁 시간에는 붉은 불빛들이 바다에 비쳐져서 아름답습니다. 그 풍경 안으로부터 저 아득한 1845년 어느 날의 장면이 베어 나옵니다.
이곳의 옛 지명인 제물포는 김대건 신부님이 사제품을 받기 위해 배를 타고 중국 땅으로 떠난 곳이라고 합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어느 날엔 아름다운 이 나라에 가장 매서웠던 박해의 한파가 몰아쳤고, 이곳 제물진두에서 천주교인 9명이 참수되어 효수되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저녁, 그 장면을 품고 있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신앙 선조들의 넋이 우리 동네를 휘감는 듯합니다. 그렇게 예수님을 따르신 분들을 만나고 나서 눈을 돌려 도시 쪽을 바라봅니다. 이번엔 빨간 십자가 불빛들이 즐비한 뾰족탑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수많은 곳에서 예수님을 알고 찬양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을 상상하니 약간 묘한 느낌이 듭니다. 예수님을 아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구나 생각합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고 가르치셨으니 예수님께서도 기뻐하시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실망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아는 사람이 이처럼 많은데 왜 이 세상은 이리 어지러울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나를 따르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예수님을 따라 사는 사람, 다시 말해서 예수님처럼 사는 사람은 적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예수님을 배우고 알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성경을 옆에 끼고 교회로 성당으로 꽁꽁 언 손을 호호 불며 줄을 잇습니다.
배움이란 깨우침 혹은 깨침입니다. 배운다는 것은 앞서 깨달음에 이르러 선을 실천한 이들을 따르는 것이니, 배움은 바로 선을 실천하기 위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나를 따르라”고 하셨으니 우리는 예수님을 따릅니다. 예수님이 베푸신 선을 실천하기 위해서 따릅니다. 고전에 보면 최고의 선은 남에게 좋은 것을 베푸는 단계를 넘어서 남이 좋은 것을 베풀 수 있도록 그에게 선을 베푸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최고의 선을 베푸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베푸신 선을 우리가 깨치고 익혀서 세상에 베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몸짓이셨습니다. 우리가 몸인 하느님을 볼 수 없었지만 그분의 몸짓인 예수님을 통해서, 하느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분이 세상에 베푸신 선은 하느님의 몸짓이셨습니다. 이제 보이지 않는 몸인 예수님에 대한 눈에 보이는 몸짓은 그분을 “따르는” 우리입니다. 예수님의 몸짓으로 살아갑시다. 예수님을 아는 사람은 많은데 예수님처럼 사는 사람은 적습니다.
김학선 아우구스티노 신부 | 청소년 사목국_청년부 부국장
노틀담수녀회 조경자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