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3주일 주보 차호찬 신부님의 글
회개는 그리스도다?
모세는 하느님을 뵙게 됩니다. 그런데 그가 처음 보인 모습은 신기하고 놀라운 광경에 대한 호기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직접 가서 보고자했습니다. 그러나 불붙은 떨기나무에서는 오히려 가까이오지 못하게 합니다. 직접 하느님을 뵙고 싶은 열정은 있으나 인간적인 조건과 결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체험하게 됩니다. 오히려 예전부터 계시된 하느님을 이제야 뵙게 됐다는 것을 기뻐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인간적 조건들로 하느님을 증언하게 되는 모세를 만나는 것입니다. 아니, 나 자신의 모습은 아닌지 되짚어보게 됩니다.
그리스도라는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분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지금 나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고 싶습니다. 영적 양식과 음료를 먹고 살아가는 신앙인으로서의 모습이 혹시 땅만 차지하여 이유 없이 땅의 가치를 버리고(루카13,7) 있는 것은 아닌지? 주님을 뵌 것이 아니라 주님의 이름을 부르게 된 것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예수는 그리스도다’라는 말을 했지만 내 삶이 그분을 그리스도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회개할 수 있는 은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누구나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시기는 뉘우치고, 눈물 흘리며, 가슴 아픈 시간이면서 동시에 새롭게 태어나는 기회의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새롭게 거듭나는 그리스도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순 시기는 끊임없이 무거운 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볍게 살 수 있는 기회의 시간입니다. 회개는 축복이요,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오늘따라 나 자신이 그리스도인이 된 것이 기쁘게 느껴집니다.
“내가 굽어보는 사람은 억눌려 그 마음이 찢어지고 나의 말을 송구스럽게 받는 사람이다”(이사66,2)
차호찬(시메온) 신부 | 숭의동 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