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하는 삶/사제글

연중 제33주일, 평신도 주일 주보 김덕원 신부님의 글

수영루치아 2007. 11. 18. 13:47

  “예수님은 ‘보스(boss)’인가 ‘리더(leader)’인가?”

 

누군가 묻습니다. “예수님은 ‘보스(boss)’인가 ‘리더(leader)’인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보스(boss)’와 ‘리더(leader)’에는 몇 가지 차이를 보이는데, 간단히 줄이면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 보스(boss)는 일을 등 뒤에서 하며, 여러 사람에게 겁을 주어 “가라”고 명령합니다. 반면에 리더(leader)는 일을 공개적으로 하고 여러 사람에게 희망을 주며 함께 “가자”고 합니다. 두 번째, 보스(boss)는 남을 믿지 않으며, 복종을 요구하면서 사람들을 몰고 갑니다. 하지만 리더(leader)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으며, 남을 믿고 사람들을 이끌어 갑니다. 마지막 세 번째, 보스(boss)는 “권위”에 의존하며, 항상 “나”라고 소개합니다. 그러나 리더(leader)는 선(善)의에 의존하며, 항상 “우리”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어떠하신가 따져 물어봅니다. 우선 제자들에게 희망을 주셨고 함께 가자 하셨으며, 친히 몸소 십자가의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또한 제자들이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스스로 당신을 따라 나설 수 있도록 감동을 주셨으며, 그 부족한 베드로 위에 교회를 세우시고 그에게 천국의 열쇠를 맡기시는 확고한 믿음과 사랑의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이 얼마나 멋진 리더십입니까! 믿고 맡긴다는 것, 그것은 나를 진정으로 알아준다는 것입니다. 정말 삶을 온전히 투신해 보고 싶은 리더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저는 오늘 평신도 주일을 맞아 그분의 멋진 리더십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평신도 여러분들에 보편적 사제직, 왕직, 예언직의 직무를 나누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여러분들은 저희 성직자와 더불어 교회활동의 주체가 되어 세상을 복음화 시킬 임무를 부여받은 것입니다. 쉽게 풀어 말하면 예수님의 리더십을 가정과 일터, 그 밖의 모든 삶의 터전에서 도드라지게 수행해야 할 책임이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책임의 부여는 우리의 마지막 희망인 구원과 연관성이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즉 아마추어처럼 예수님의 리더십을 실천하고 나서는 그분 앞에 섰을 때 해명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힘들며 귀찮은 일은 피해가면서 예수님의 리더십을 실천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기꺼이 손들어 솔선하면서도 나를 내세우지 않고, 또한 독점하지 않으면서 모든 이가 기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삶의 모습은 바로 세상이 우리에게 희망하는 것이고 그것이 예수님의 리더십입니다. 바로 평신도 여러분이 저희 성직자들과 더불어 해 내어야 할 몫입니다.  김덕원 토마스 신부 | 송현동 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