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하는 삶/사제글

연중 제14주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주보 문용길 아론 신부

수영루치아 2008. 7. 6. 13:41

작은 순교의 삶

 

오늘은 한국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입니다. 여러분들께선 그동안 많은 신부님들의 강론을 통하여 성 김대건 신부님에 대한 말씀을 들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김대건 신부님에 대한 영웅담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첫 방인 사제이자 순교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께 순교에 대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 순교란 바로 하느님을 위하여 내 모든 것을 포기하는 순간 나에게 다가오는 영광입니다. 또한 순교는 하느님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벗어버릴 때, 내 모든 것을 하느님께 온전히 내어드릴 때에 가능하게 됩니다. 따라서 신앙은 우리에게 순교를 필연적으로 요구합니다. 이 모든 것을 몸소 실천하여 우리에게 모범이 되어주신 분이 바로 성 김대건 신부님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김대건 신부님을 통하여 얻어야 하는 신앙의 교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순교의 정신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그토록 율법을 생명처럼 여겼던 이유는 바로 율법이 하느님께서 직접 내려주신 말씀이자 명령이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수 많은 예언자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여 율법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쳤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오늘 1독서의 즈카르야 예언자입니다. 이렇게 예언자들은 하느님을 위해 모든 것을 벗어버렸고, 모든 것을 온전히 내어주었습니다. 바로 영광된 순교의 길을 걸었습니다.   이제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직접 말씀하고 계십니다. “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과연 그랬습니다. 우리 한국교회의 과거 역사 속에서 이 말씀은 현실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수 많은 순교자들이 이 말씀을 자신들의 생명으로 증언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씀 안에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바로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한마디의 말씀이 모든 순교자들에게 또 다른 생명의 희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바오로 사도 역시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믿음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서 있는 이 은총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오늘날 우리에게 무슨 순교가 있겠느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박해보다 더 무서운 박해가 우리 주위에서 우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마음속에서 우리를 나약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 다가오는 마음의 나태, 그리고 그 풍요로움 속에 안주하려는 내 마음.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개인이기주의의 팽배, 나만 즐거우면 된다는 쾌락의 추구 등 수 많은 것들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혹들로부터 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내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온전히 하느님께 내 모든 것을 내어드려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또 다른 의미의 순교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작은 희생들입니다. 이 작은 희생들이 모여 우리를 하느님을 위하여 생명을 바친 순교자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어줄 것입니다.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아멘. 

문용길 아론 신부 | 심곡본동 본당 보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