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원 성지를 다녀오며
풍수원 성지를 다녀오며..
아침일찍 서둘러 일어나
조반을 챙겨주고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늘 느끼는 거지만 어디론가 여행을 한다는건
계절에 상관없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오늘도 그랬다.
성당앞에 기차 모양을 하고 선 버스를 보니
아~~!! 내가 여행을 하는구나.. 하는 마음에 그 동안의 피곤함도 잊게 되었다.
여러 어르신과 함께 탄 버스는 출발을 하고
젊고 싱싱하다(?)는 이유로 내가 진행을 맡았다.
요즘 배우고 있는 평생교육사 역할과 많이 어필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더 다행이었고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의견 내고 진행하고 하는것이
모두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나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니 힘이 났다.
기도와 함께 시작한 이른 가을여행 성지순례는 사람들의 마음을 신나게 하고 너그럽게 했다.
성당에서 준비해 준 김밥과 우리들이 준비한 간식을 나누었다.
먹는 끝에 맘상한다는 말이 있어
충분히 배려한 끝에 준비한 것인데 잘 한건지 모르겠다.
안전한 여행을 위해 잠깐 기도를 하고 일정을 확인하며 창밖을 보았다.
수줍은 듯 사알짝 고개 숙인 벼 이삭들의 환영을 느낄 수 있었다.
하늘에 걸린 무거운 구름으로 잠깐 마음 어두웠지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허수아비들을 보니
환해지는 마음은 날개를 편다.
들판은 아직 가을옷을 갈아입지 않았지만
성질급한 나뭇잎들은 다음 세상을 위한 날개짓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름모를 키 작은 들꽃..
양평에서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긴 갈대..
백암리에 드문드문 보이는 가을꽃들의 축제..
황금색이 되기 위한 공흥리 마을 벼들의 댄스 파티..
꼬리에 꼬리를 문 긴 고속지렁이 위의 차량 행진..
이 모두가 우리를 위해 미리 준비해 둔 잔칫상 같다는 느낌이 왔다.
가을이면 어김 없이 찾아오는
들녁의 황금융단... 천심일까.. 아님 농심일까..
농심을 저버리지 않고 땀을 영양제 삼아 영글어가는 가을 열매는 농심에게 미소를 선물한다.
어디서나 만나는 푸르름이고 황금빛이지만
느낌이 다르고
향기가 다르고
마음이 다르다.
언덕의 칡 넝쿨은
자신의 희생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누런잎으로 자신의 옷을 바꿔 입듯이
이 모든것은 다음 세상에 있을 열매를 위한 희생이라 생각하니
지금 힘들다고 투정하는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난 지금 자신을 위해 힘들지만
자연은 자신을 위해 힘든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변화에 순응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여기는 풍수원 성지
예수님의 고통을 경험하기 위해 우린 차량번호 순으로 십자가의 길에 동참했다.
1처에서.. 14처로 가면서 아무런 죄 없이 단지 우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예수님...
자연이 주는 사랑과 너무 흡사하여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늘 나를 위해 이렇게 애써 주시는 예수님의 사랑이 그저 감사했다.
지금의 힘듬도 다 나를 위한 주님의 계획이라 생각하니
이겨낼 수 있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성지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그곳에서 준비한 점심을 먹고
비가 많이 내리는 관계로 우린 서둘러 버스에 올라
인천 본당으로 출발했다.
오면서 기사님의 배려로 우린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을 맡은 나는
예전에 몰랐던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에 나와 진행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것인 줄 몰랐다.
그저 똑 같은 느낌 똑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체력도 뒷 받침 해 줘야 하고
지혜로움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다.
한참을 오다보니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지치면 안될 것 같기에
이를 악물로 몸을 추수렸다.
많이 피곤한 시간이었지만
많이 느끼고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요즘 공부하고 목표를 세우고 있는 평생교육사의 역할을
실전에서 실습한 꼴이 되었으니까...
성지순례를 잘 마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2004년 9월 12일 풍수원 성지를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