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는 문/뉴스를보다

날 때리는 아들이 너무 무서워

수영루치아 2007. 5. 15. 15:43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청소년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우리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마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CBS 연속기획 '한국의 폭력 무감 실태', 오늘(15일)은 그 두번째 시간으로, 가정폭력의 어두운 실태를 고발한다.

△'동방예의지국' 한국은 없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고등학생 김기철(가명)군의 어머니는 요즘 학교에도 안 가고 있는 아들이 두렵기 그지 없다.

몇 해 전만 해도 성실하고 문제가 없었던 외동아들 기철 군이 얼마 전부터 어머니에게 욕설을 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 최근에는 급기야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현주(가명)양의 어머니도 상황은 마찬가지. 몇 년 전쯤부터 현주양이 어머니와 다툴 때마다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날이 갈수록 폭력의 강도는 심해져 갔다.

딸아이의 협박과 폭력에 현주 양 어머니는 자멸감으로 자신의 삶에 깊은 환멸을 느끼고 있다.

최근 자녀들에게 주먹으로 맞는 등 폭력을 당하는 부모들이 크게 늘고 있다.

연세대 김재엽 교수 연구팀이 서울시 중고등학생들 5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4분의 1에 달하는 130여명이 어머니에게 폭력을, 또 60여명이 아버지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부모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등 심한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지난 1998년 전체 1.8%에서 이번 조사에서는 3.0%로, 1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웃 나라인 대만의 경우 1%의 청소년만이 부모에게 심한 폭력을 휘두른 것과 비교할 때 우려할 만한 심각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가정 내 폭력을 감추는 한국적 정서상 더욱 많은 부모가 자녀들의 폭력에 노출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옛말에 부모공경이 으뜸이라던 동방의 나라, 한국. 하지만 요즘 부모들은 자녀들의 폭력에 신음하고 있다.

△폭력의 대물림 현상 '심각'

"내가 어른이 되면 아버지를 가만두지 않겠다."

듣기에도 섬뜩한 이 말이 권도현(가명)군 입에서 나온 것은 벌써 몇 년째.

아버지로부터 매 맞는 어머니를 보면서 아버지에게 복수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권 군은 급기야 아버지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민호기 한국가정상담센터 소장은 말한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자기만의 비밀공간인 서랍장 등에 흉기를 모아둔다든지 그렇게 해서 "아빠가 엄마 때릴 때 이거 (흉기를) 가지고 아빠 가만두지 않으려고 했어"라고 말하는 거죠. 또 실제 이렇게 분노가 쌓이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칼부림이 나기도 하죠."

이처럼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은 대개 죄의식 없이 폭력에 물들어 가게 된다. 이른바 폭력의 대물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폭력의 대물림 현상이 일부 가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확산 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연세대 김재엽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547명 가운데 3분의 1 이상의 청소년들이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목격했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부모를 다시 폭행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재엽 교수는 "아내 폭력을 청소년들의 35% 이상이 목격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무지 무지 높은 수준이다.또 청소년들의 50%가 크고 작은 폭력을 당하고, 10%가 넘는 학생들이 부모로부터 심한 폭력을 당하는데 이는 미국이나 일본 3- 4배가 되는 높은 수치이다"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폭력에 시달린 청소년들은 가정은 물론이고 학교 등 언제 어디서든 폭력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에게 폭력을 옮기는 가정폭력은 마치 '사회의 암세포'와 같다고 경고한다.

이에 따라 가정폭력은 가정의 문제라며 개입을 꺼리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BS사회부 육덕수 기자 cosmos@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