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유공간/자유공간·휴식
나도 江이 되어
수영루치아
2008. 4. 7. 07:54
나도 江이 되어
조약돌 환히 비치고
발 목 잠기는 물 얕은 江
남정네 몇 큰 돌로 바위를 때린다
꽝 소리 나고 기절한 물고기 물위에 떠오른다
신나는 고기잡이
물 얕은 江 여기저기 봄이 오고 있다
이 잔잔한 낙동강에 운하를 만든다 한다
江 가운데 운하를 세우면
江은 江이요 운하는 운하인 줄 알았는데
江이 사라진다 한다
흘러 살아 있던 江이
갇혀 죽은 물이 된다 한다
물이 죽어 송사리가 죽고 꺽지가 죽고
물이 죽어 갈대숲이 죽고 금모래가 죽고
눈 환하게 밝히며 손 내밀어 줍던 다슬기가 죽고
폴짝 건너뛰던 징검다리가 죽고
새까맣게 반짝이는 몸 뒹굴던 얕은 물 모래밭이 죽고
나의 추억이 죽고 동화가 주고
아이들의 놀이와 웃음이 죽고
그리하여 허공중에 부서지던
푸른 별 밭도 사라진다 한다
흐르지 않으니 맑을 수 없고
맑지 않으니 나를 비출 수 없어
江이 사라지면 나도 사라진다
봄빛 부서지는 江가를 걸으며
금빛 江 허리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니
江은 나의 온몸으로 스며든다
江은 흘러야 한다
생명의 江은 흘러야 한다
흐르는 강물을 따라 걸으며
江의 아픔을 보면서
어느덧 나도 江이 되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