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루치아
2005. 10. 24. 05:47
추수(秋收)
유 진이
꼭 두 새벽부터
술렁이는 들녘
파랗게 패인 벼꽃위로
물기 마른 바람이 다녀가고
다 태우지 못해
불춤 추던 팔월의 태양도
반쯤 잘린 빛 감아쥐고
시월의 중턱에 내 걸리면
흘린 땀방울만큼이나
흙의 무대를 오르내리며
희망을 건져내던
질그릇에 담은 투박한
막걸리 농심
깨지고 할퀴고 짓밟고
지나간 무수한 것 들
그 뒤에 살아 남아
함께 호흡했던 아픔의 자국 들
하회탈 같은 회심의 미소는
거두어야 할 것들로 분주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