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는 문/영화를보다
라스트 갓파너를 본 네티즌들의 심리 분석(펌)
수영루치아
2011. 1. 10. 11:28
<라스트 갓파더>, 대단한 영화도 졸작도 아니다
[오마이뉴스 임동현 기자]
"Why so serious?(왜 그렇게 심각하지?)"
최근 영화 < 라스트 갓파더 > 논란을 보면서 나는 < 다크나이트 > 의 조커(히스 레져)가 한 이 말이 떠올랐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심형래가 자신의 캐릭터였던 '영구'를 앞세워 만든, 작품성보다는 같이 웃자고 만든 코미디인 것 같은데 이 영화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심지어는 '불량품' 운운하는 발언까지 나올 정도로 논쟁이 치열하다.
이제 코미디도 예술성을 따지는 시기가 왔나? 영화가 그렇게 재미가 없나? 못 웃겼나? < 디 워 > 처럼 스토리에 문제가 있었나? 그걸 알기 위해 늦은 밤 혼자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 자체를 놓고 보면 물론 불만족스런 부분도 많지만 그렇다고 '불량품'이란 소릴 들을 정도로 졸작은 아니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난한 코미디, 하지만 이전의 '영구'를 기대하고 보면 실망할 수 있는 아쉬운 코미디. 내게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 라스트 갓파더 > 는 '띄워야 할'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까야 할' 영화도 아니다. 그저 심형래가 만든 웃음 나오는 코미디 영화에 불과했고 나름대로 부족하고 어색한 부분도 많았지만 코미디라는 장르에 충실한, 어느 정도의 기본을 갖춘 영화였다.
그리고 지금 논란의 가장 큰 아쉬움은 영화에 대한 객관적인 생각으로 논리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평론이 주를 이루고 있고 핵심이 영화가 아닌 심형래라는 사람을 '까거나 혹은 띄우거나' 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영화에 대한 담론이 아니라 심형래를 향한 개인의 호불호만이 존재하는, 영화의 업그레이드나 심형래의 발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의미없는 논쟁의 연속일 뿐이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심형래 감독이 자신의 본업인 코미디로 돌아왔다는 것 자체로 < 라스트 갓파더 > 를 기대했고 그래서 이번엔 적어도 < 디 워 > 정도의 '까임'은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게 사실이다. CG나 각종 기술에서 아직 부족함이 보이는 SF 장르와는 달리 코미디는 어느 정도 웃기기만 해도 성공인 장르다. 심형래라면 충분히 잘 만들 수 있는 영화라 생각했다.
그러나 할리우드로 온 영구는 생각보다 '점잖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구의 독특한 캐릭터와는 조금 거리가 먼 할리우드판 영구의 등장은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다. '갓 쓰고 오토바이 탄 격'이라는 식상한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여타 영화들이 보여 준 코믹 캐릭터와 차별된 모습이 영구에겐 보이지 않았다.
이 영화만으로 영구가 '글로벌 캐릭터'가 되기에는 정말 벅차 보인다. 결국 영구를 '그저 그런' 바보 캐릭터로 전락시켰다는 것이 이 영화를 '띄워야 할'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 이유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웃기지 않았느냐? 그렇지도 않다. 여전히 심형래의 슬랩스틱 코미디는 웃음을 충분히 유발시킨다. 영구와 조직원들의 방망이 연습 장면은 마치 심형래의 과거 히트작이었던 < 변방의 북소리 > 를 연상시키며 영구의 무기(?)인 발냄새를 이용한 장면 등에서는 어렴풋이나마 과거의 영구 캐릭터를 떠오르게 함으로써 그 때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묘한 재미를 선사한다.
게다가 스토리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순진한' 영구가 나쁜 짓을 해야 살아남는 마피아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은 지금의 잔인한 조직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우리의 '루저'들을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할리우드가 내세우는 '가족주의'를 잘 이끌어낸 점도 인정할 만하다.
간혹 몇몇 코미디 영화의 경우 한참 웃기다가 갑자기 심각 모드로 빠지며 억지로 눈물을 유발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 라스트 갓파더 > 는 그 함정을 잘 피해나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웃기는 데 집중한다. '웃기면 성공'인 코미디 영화의 기본을 잘 지킨 영화라는 점이 이 영화를 '까야 할'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 이유다.
< 라스트 갓파더 > 논란은 최근 극과 극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옹호자들은 한없이 영화와 심형래를 옹호하고 반대자들은 한없이 영화와 심형래를 비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영화에 관한 글들 중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한 듯한 것들도 종종 보게 된다.
그것은 영화보다는 심형래를 완전히 '까거나' 완전히 '띄우는' 것이 더 우선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이미 처음부터 객관을 상실한 상황에서 영화를 접했기 때문에 깔 수 있는, 띄울 수 있는 부분만을 찾는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 기사들 중에서도 묘하게 논란을 부추기는 내용들이 많다. 일단 '100만 돌파' 기사가 나오면 그 다음은 '100만은 모두 심빠?', '평론가들은 어떻게 볼까?' 등의 기사가 꼬리를 물고 제작비 문제, 할리우드 배급 문제 등을 다루면서 심지어는 자신들의 생각을 은연 중 드러내는 내용의 기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 라스트 갓파더 > 논란은 점점 진지함이 사라지고 비난과 옹호, 독설과 욕설만이 난무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심형래를 옹호함으로써 자신을 '애국자, 영화애호가'라고 자부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고 심형래를 비난함으로써 자신을 '영화전문가, 진보주의자'라고 자부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심형래 옹호자는 '국수주의자, 무식한 관객'이 되고 심형래 비난자는 '비애국자, 잘난척 하는 인간'으로 몰린다. 묘한 이분법이다.
영화는 누가 뭐래도 영화 자체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옳다. 영화 제작비 지원 논란 등만으로 영화를 무조건 폄하하는 것은 영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막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심형래 감독의 할리우드 도전을 응원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만으로 영화를 무조건 지지하는 것도 영화의 정확한 이해를 막는 것이다. 이런 식의 논쟁으로는 심형래 감독을 변화시킬 수 없다. 앞으로 심형래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들어도 논쟁이 반복되는 것이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끝으로 심형래 감독도 < 디 워 > 와 < 리스트 갓파더 > 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고 그만큼 자신의 한계도 깨달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냉정하게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그를 통해 좀 더 나은 영화를 만드는 데 매진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자신의 이름만으로도 한국 관객들이 관심을 보이는 만큼 '심형래'라는 이름에 책임을 가진 영화를 완성하기를 바란다.
"Why so serious?(왜 그렇게 심각하지?)"
최근 영화 < 라스트 갓파더 > 논란을 보면서 나는 < 다크나이트 > 의 조커(히스 레져)가 한 이 말이 떠올랐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심형래가 자신의 캐릭터였던 '영구'를 앞세워 만든, 작품성보다는 같이 웃자고 만든 코미디인 것 같은데 이 영화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심지어는 '불량품' 운운하는 발언까지 나올 정도로 논쟁이 치열하다.
이제 코미디도 예술성을 따지는 시기가 왔나? 영화가 그렇게 재미가 없나? 못 웃겼나? < 디 워 > 처럼 스토리에 문제가 있었나? 그걸 알기 위해 늦은 밤 혼자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 자체를 놓고 보면 물론 불만족스런 부분도 많지만 그렇다고 '불량품'이란 소릴 들을 정도로 졸작은 아니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난한 코미디, 하지만 이전의 '영구'를 기대하고 보면 실망할 수 있는 아쉬운 코미디. 내게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 라스트 갓파더 > 는 '띄워야 할'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까야 할' 영화도 아니다. 그저 심형래가 만든 웃음 나오는 코미디 영화에 불과했고 나름대로 부족하고 어색한 부분도 많았지만 코미디라는 장르에 충실한, 어느 정도의 기본을 갖춘 영화였다.
그리고 지금 논란의 가장 큰 아쉬움은 영화에 대한 객관적인 생각으로 논리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평론이 주를 이루고 있고 핵심이 영화가 아닌 심형래라는 사람을 '까거나 혹은 띄우거나' 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영화에 대한 담론이 아니라 심형래를 향한 개인의 호불호만이 존재하는, 영화의 업그레이드나 심형래의 발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의미없는 논쟁의 연속일 뿐이다.
웃자고 만든 코미디인데 왜 그리 심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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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할리우드로 온 영구는 생각보다 '점잖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구의 독특한 캐릭터와는 조금 거리가 먼 할리우드판 영구의 등장은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다. '갓 쓰고 오토바이 탄 격'이라는 식상한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여타 영화들이 보여 준 코믹 캐릭터와 차별된 모습이 영구에겐 보이지 않았다.
이 영화만으로 영구가 '글로벌 캐릭터'가 되기에는 정말 벅차 보인다. 결국 영구를 '그저 그런' 바보 캐릭터로 전락시켰다는 것이 이 영화를 '띄워야 할'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 이유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웃기지 않았느냐? 그렇지도 않다. 여전히 심형래의 슬랩스틱 코미디는 웃음을 충분히 유발시킨다. 영구와 조직원들의 방망이 연습 장면은 마치 심형래의 과거 히트작이었던 < 변방의 북소리 > 를 연상시키며 영구의 무기(?)인 발냄새를 이용한 장면 등에서는 어렴풋이나마 과거의 영구 캐릭터를 떠오르게 함으로써 그 때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묘한 재미를 선사한다.
게다가 스토리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순진한' 영구가 나쁜 짓을 해야 살아남는 마피아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은 지금의 잔인한 조직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우리의 '루저'들을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할리우드가 내세우는 '가족주의'를 잘 이끌어낸 점도 인정할 만하다.
간혹 몇몇 코미디 영화의 경우 한참 웃기다가 갑자기 심각 모드로 빠지며 억지로 눈물을 유발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 라스트 갓파더 > 는 그 함정을 잘 피해나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웃기는 데 집중한다. '웃기면 성공'인 코미디 영화의 기본을 잘 지킨 영화라는 점이 이 영화를 '까야 할'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 이유다.
영화 이야기는 간데없고 '독설, 욕설'만 나부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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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영화보다는 심형래를 완전히 '까거나' 완전히 '띄우는' 것이 더 우선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이미 처음부터 객관을 상실한 상황에서 영화를 접했기 때문에 깔 수 있는, 띄울 수 있는 부분만을 찾는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 기사들 중에서도 묘하게 논란을 부추기는 내용들이 많다. 일단 '100만 돌파' 기사가 나오면 그 다음은 '100만은 모두 심빠?', '평론가들은 어떻게 볼까?' 등의 기사가 꼬리를 물고 제작비 문제, 할리우드 배급 문제 등을 다루면서 심지어는 자신들의 생각을 은연 중 드러내는 내용의 기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 라스트 갓파더 > 논란은 점점 진지함이 사라지고 비난과 옹호, 독설과 욕설만이 난무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심형래를 옹호함으로써 자신을 '애국자, 영화애호가'라고 자부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고 심형래를 비난함으로써 자신을 '영화전문가, 진보주의자'라고 자부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심형래 옹호자는 '국수주의자, 무식한 관객'이 되고 심형래 비난자는 '비애국자, 잘난척 하는 인간'으로 몰린다. 묘한 이분법이다.
결국 영화는 '영화'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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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심형래 감독의 할리우드 도전을 응원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만으로 영화를 무조건 지지하는 것도 영화의 정확한 이해를 막는 것이다. 이런 식의 논쟁으로는 심형래 감독을 변화시킬 수 없다. 앞으로 심형래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들어도 논쟁이 반복되는 것이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끝으로 심형래 감독도 < 디 워 > 와 < 리스트 갓파더 > 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고 그만큼 자신의 한계도 깨달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냉정하게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그를 통해 좀 더 나은 영화를 만드는 데 매진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자신의 이름만으로도 한국 관객들이 관심을 보이는 만큼 '심형래'라는 이름에 책임을 가진 영화를 완성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