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4주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 김덕원토마스신부님 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가장 위대한 로맨스입니다
김덕원 토마스 신부 | 인천교구 송현동 성당 주임
2001년 10월 14일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한 분의 수사님이 선종하셨습니다. 그런데 수도명이 마리너스인 이 수사님은 한국과 엄청난 인연을 갖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1954년 수도원에 입회하기 전 직업이 화물선 선장이었는데, 1950년 12월 비행기 제트연료를 흥남부두에 내려놓기 위해 들어갔다가 중공군에 쫓긴 피난민 14000여 명을 태우고 거제도로 힘겹게 피신한 경험을 갖고 계셨습니다.
47명 선원의 배에 물도 식량도 없고 심지어 화장실도 없는 상황에서 바다에 떠 있는 수많은 기뢰와 포격을 피해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3일 간의 항해를 마쳤던 레너드 라루 선장은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그는 마침내 수도원에 입회하고 마리너스라는 수도명을 받습니다.
그 수사님은 그 때의 체험에 관해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때때로 그 항해에 대해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작은 배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태울 수 있었는지, 그리고 한 사람도 잃지 않고 그 끝없는 위험을 극복했는지를 말입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그 크리스마스날 황량하고 차가운 한국바다 위에 떠 있는 제 배의 키를 하느님께서 잡고 계셨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받곤 했습니다.”
그리고는 트라피스트의 시몬신부님의 아주 짧은 글귀를 인용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가장 위대한 로맨스입니다. 하느님을 추구하는 것은 가장 위대한 모험입니다. 하느님을 만나는 것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성취입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입니까!
하느님을 추구하고 만나며 사랑하는 것, 그것은 바로 위대한 로맨스며 모험이고 성취라는 것입니다. 바로 내 삶의 키를 잡고 내 삶의 바다를 항해해 주시는 그분을 그리스도라 고백하는 순간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최고의 성취일 것입니다.
이런 사랑해보고 싶지 않습니까?
정열적으로 내 삶을 모두 던져서라도 모험을 해 보고 싶지 않습니까? 세상이 주는 유혹으로 좌도가 예수님을 보고 빈정댈 때 내 깊은 영혼의 우도는 주님을 알아보고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라고만 하면 됩니다.
이 한마디만 한다면 그분께서 이렇게 화답하실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그분을 오늘 왕으로 모신 이날, 위대한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 지난 시간을 모두 내려놓고, 또한 내일의 두려움에 대한 환상도 거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왕이신 그분과 함께 하느님 나라의 사랑의 바다를 향해 항해를 시작합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인천교구 주보 / 2007.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