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를 받았든,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든 결혼을 하기 전에 사람들은 연애를 한다. 물론 연애를 오래하는 사람들도 있고,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을 해서 연애기간이 아주 짧을 수는 있을 것이다. 결혼을 염두에 두고 하는 연애는 상대방을 내 평생의 배우자로 삼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탐색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상대방으로부터 가능한 많은 점수를 따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보통 결혼을 하게 되므로, 많은 사람들은 결혼이 연애의 연장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연애 같은 결혼생활을 꿈꾼다 는 이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가능할까? 이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하여 커플이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먼저 연애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를 살펴보자, 일단 남자는 여자가 평소에 보고 싶어했던 영화를 예약한다. 그리고 극장에 들어설 때 문을 열어주고 여자를 들어가도록 한다. 어두운 극장에 들어가서 자리를 찾을 때에도 남자가 앞장을 서 자리를 찾아주고, 여자를 먼저 앉게 한다. 팝콘이라도 사게 되면, 남자는 여자가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팝콘을 들고 있다. 한편 여자는 어떤가? 남자에게 가능한 잘 보이려고 꽃단장을 한다. 날씨와 그 날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옷을 고르는데, 이렇게 데이트를 위하여 꾸미는 시간은 평소 오랜 친구를 만날 때보다 두세 배는 길다. 두 사람은 영화를 보는 내내 가깝게 기대있거나, 손을 꼭 잡고 있다. 영화 내용 자체보다는 서로를 쳐다보느라 영화의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영화가 끝나고 식사를 하고, 데이트를 하면서 여자는 남자의 따뜻한 배려에 고마움과 사랑을 느낀다. 데이트가 끝나면 남자는 으레 여자를 집에 바래다주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차가 끊길 상황에서도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차가 끊긴다면, 자신의 사랑을 확실히 표현할 수 있는 기회니 더 좋을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연인이 이렇게 연애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오래된 연인도 이렇게 연애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비교적 많은 경우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연애를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는 결혼을 한 사람들의 경우 를 살펴보자. 일단 결혼을 한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가는 일은 연애할 때와 비교하여 현저히 적다. 가능하면 집에서 비디오를 빌려보거나, 요즘엔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귀찮기에 집에서 다운받아서 본다. 가끔 아내가 연애시절의 기분을 내기 위해서 강력하게 영화를 보러가자고 가자고 며칠을 졸라야, 남자들은 마지못해 응해준다. 물론 예약은 없다. 표도 아내가 산다. 남자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겨우 나왔기에 극장에 가는 걸음도 신통치 않는다. 극장의 문을 잡아주지 않아서 아내는 문에 얼굴을 부딪쳐서 코가 깨질 뻔하고, 어두운 극장 안으로 들어갈 때에는 아내를 앞세운다. 아내는 어떤가? 집에 있다가 남편과 함께 나왔는데, 화장을 왜 하겠는가? 혹시 하게 된다면 그것은 남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맨 얼굴로 바깥을 나가기가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아내가 영화를 보면서 팝콘을 먹고 싶다고 하면 남자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사라’고 말 한마디를 던진다. 더 이상 팝콘을 들어주는 일은 없으며, 영화를 보는 동안 좁은 자리가 불편하여 가능한 떨어져 앉으려고 하지, 손을 잡는 일은 없다. 연애할 때에는 영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결혼한 이후에는 영화에 너무 깊이 집중하여 모든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이 날 정도이다.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하고 들어가자는 남편의 요청에 아내는 돈도 많이 못벌면서 외식만 좋아한다고 핀잔을 주면서, 집에 가서 먹자고 한다. 영화를 보고 집에 오는 동안 안싸우면 다행인 것이다.
물론 모든 부부가 이러한 부부생활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결혼한지 10년이 되어도 여전히 연애하듯이 사는 부부도 있겠지만, 이 역시 많은 부부들의 모습임을 틀림없다.
왜 그럴까? 연애는 왜 항상 가슴 떨리는데, 부부생활은 그렇지 못한 것일까?
첫번째로 연애는 일상의 탈출이지만, 결혼은 일상 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연애는 생활이 아니지만, 결혼은 생활이다. 연애는 생활이라고 하지 않지만, 결혼은 생활이라고 하지 않는가! 보통의 경우 생활, 즉 일상은 흥미진진하지 않은 반복과 반복의 연속이다. 그러다보니 지루해지기 쉽다. 이렇게 지루한 일상의 탈출구가 연애였기에 연애는 그야 말로 흥분되고 신나는 일다. 반면 결혼은 생활이다. 누군가가 결혼하니 어떤지를 물어서 난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이 가족이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가슴떨리는 애인이, 그저 무덤덤한 가족이 되는 것이다.
두번째로 설레고 흥분되는 대상도 자주 보게 되면 설렘과 흥분은 사라지게된다. 이것은 우리 몸이 적응하기 위한 한 방법이다. 처음에는 지독한 냄새도 계속 맡다보면 냄새를 못 맡게 된다. 맛도 마찬가지다. 시각도 그렇고, 청각도 그렇고, 촉각도 그렇다. 오감이 모두 적응하는 것이다.
설렘과 흥분은 한편으로 보자면 몸의 흥분상태이고 활동상태이다. 다시 말해 몸의 긴장상태로, 에너지를 계속 사용하게 된다. 만약 이런 상태가 계속 된다면 우리 몸은 금방 지치고 병들게 될 것이다. 결혼한 이후에도 연애시절처럼 상대방을 바라볼 때 설레고 흥분된다면, 아마 우리의 명은 짧아질 것이다.
세번째로 연애는 단면이라면, 결혼은 양면 이기 때문이다. 연애할 때에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좋은 면만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좋은 면을 보게 된다. 사실 이러한 과정은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 필수적인데, 누가 그저 그런 사람 혹은 기분이 나빠지거나 불편한 사람과 관계를 맺으려고 하겠는가?
물론 연애를 하다가 싸우기도 한다. 그런데 싸우면 싸움이 심해지면 각자의 집으로 가면 된다. 서로 기분이 안 좋은 동안은 서로 안볼 수 있다. 하지만 결혼은 다르다. 결혼은 좋을 때도 있지만, 안좋을 때도 있다. 싸움이 심해지더라도 떨어져 있지 못한다. 여전히 기분이 안좋은 상태에서 밥을 함께 먹어야 하고, 함께 누워야 한다. 각방을 쓰면 좋을까? 아니다. 오히려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게 되어서,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의 좋은 면도 보게 되지만, 더불어 상대방의 추한 모습까지 보게 되는 것이 결혼인 것이다.
연애 같은 결혼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연애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리고 결혼생활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런 노력과 공부 없이는 마냥 행복한 결혼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많은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건강한 결혼생활은 갈등이 존재하느냐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 말은 무엇인가? 갈등은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는 것이다. 이 갈등을 잘 못 풀어나갈 때에는 결국 극단적 선택인 이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하지만 항상 연애가 흥분되고 결혼이 지루한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랑에 대하여 두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서로에 대하여 어떠한 기대를 갖느냐에 따라서, 연애할 때보다 더 깊은 사랑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연애를 할 때의 사랑과 결혼을 한 이후의 사랑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다음 페이퍼에는 사랑의 삼각형이론을 통하여, 연인 혹은 부부가 생각하는 사랑은 어떤 모습인지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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